[프리랜서 칼럼] 이화정 충북종합사회복지센터 센터장

2013년 우리나라 5가구 중 1가구는 고령가구로 그 중 48.1%는 가난하지만 매달 24만원의 진료비를 쓸 수 밖에 없는 건강문제를 겪고 있으며, 10명 중 6명은 취업을 희망한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대다수 인구가 퇴직 후 '경제적 필요성' 때문에 일을 해야만 하는 사회인것을 이제 노년기를 장기화된 '부차적인 생애'가 아닌 진정한 '자아실현'의 기회로 바꾸는 사회적 통합 정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단순 노동 중심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생활 중심, 여가 중심 사회로의 변화가 확산되면서 세계각국 정부정책의 핵심 코드가 행복이 되고 있다. 그러나 평생 일만 하던 사람이 '여가'를 여유롭게 보내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여가활동의 공간적· 시간적 장벽이 철폐된 것도 얼마 전 일이기도 하다.

여행자유화가 1981년부터 시작됐고 1982년도부터는 야간 통행금지가 해제돼 고작 20여 년 전부터 우리 문화적 취사선택의 폭이 그나마 넓어졌다. 노인의 생활만족도와 삶의 질 향상과 관련 있는 다양한 요인 중 하나인 여가를 어떻게 잘 해결하는가하는 문제로 여가는 노년기의 삶을 성공적으로 영위하는데 중요한 결정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가'라는 의미는 놀고 먹는, 혹은 배부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치부된다.

그러나 평균기대수명이 80세를 넘고보니, 놀고 먹는 '여가'가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한 '여가'를 만드는것도 사회가 안아야 하는 과업이 되었다. 돈을 많이 벌어 경제적 여유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기반위에 모든 서로 '돌봄'이 가능한 가족으로서 이웃해야 한다는 가족에 대한 재설계와 사회참여, 여가문화를 통해 풍요로운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까지를 포함해야 한다. 제2의 직업을 택하던, 자원봉사활동을 하던 간에 시니어 계층의 건강한 사회적 생산 활동이 후대에게 미치는 영향력이라는 것은 시대를 넘어 온전히 나라의 발전가능성조차도 가늠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작 우린 이웃을 위해 무엇을 나누었을까? 가족 돌보기도 어려웠는데 이웃에게 무엇인가를 나누라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고 말할 사람도 많다. 나이가 들면서 함께 지낼 수 있는 가족은 혈연을 통해 평생 맺어진 식구보다는 정서를 통해 맺어진 비혈연 가족 즉, 이웃이나 친구가 훨씬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노후에 자식이 봉양할 것이라는 생각은 크게 달라지고 있음도 우리 모두는 익히 알고 있다. 또 전통적인 가족 부양의식에서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자기부양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연구조사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니 이웃과 함께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훨씬 많다고 볼 수 있다.

이웃과 나눈 것 또한 노후에 대한 투자가 아닐까싶다. 많이 가져야 나누는 것은 아니다. 나눌 것을 경제적이거나 물질적인 현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 지인의 노후대책은 '숲 해설가'를 준비하고, 트래킹 카페를 운영하면서 취미생활을 함께 할 사람들을 위해 자기 시간과 수고를 이웃에게 나누고 있다. 보고 배울만한 대목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여가활동을 배우는 것보다는 여가행동의 패턴을 변화하게 하는 것이 적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가를 즐기고 이웃과 나누는 것에 대한 정서적 설계, 계획, 준비는 젊었을때 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녀들에게 물려줄 아주 중요한 것 중에 하나도 그런 것들이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위해 공부시키는데 부모는 평생을 바치지만 정작, 자녀의 취미가 무엇인지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부모가 많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목표와 수단이 전치된 것은 아닐까, 되짚어볼 문제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젊었을 때부터 준비하는 것이다. 이것이 연령통합적인 사회이고 그 안에 '여가'라는 매우 중요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고스톱도 좋지만 수채화를 그리는 노인, 시를 쓰는 노인, 공부하는 노인의 모습도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하는 아쉬운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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